프리카지노 – 진심이 통하지 않는 자유

민재는 이번엔 프리카지노 본사로 출근했다.
서울 강서의 복합문화센터 건물 안,
로비부터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장 대신 캐주얼, 명찰 대신 닉네임,
“회사”라기보다 창작 스튜디오에 가까웠다.

“우린 ‘감정으로 일하는’ 딜러들이에요.
고객이 웃으면 우리도 웃고, 고객이 울면 우리도 울죠.”
— 프리카지노 팀장, 유소현

그 말에 민재는 순간 설렘을 느꼈다.
더킹의 차가운 완벽함 뒤라서일까,
이곳의 따뜻한 공기가 낯설게 좋았다.

감정의 무대

프리의 딜러 교육은 독특했다.
기술보다 감정 표현과 즉흥 연기가 중심이었다.
딜러들은 매일 ‘고객 상황극’을 하며
감정의 깊이와 공감 능력을 훈련했다.

민재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그의 손은 정확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딱딱했다.

“민재 씨, 웃을 때 눈도 같이 웃어야 해요.”
— 동기 딜러, 한지우

지우는 여전히 밝았다.
예전부터 그녀는 감정으로 승부하는 사람이었다.
민재는 조금씩 그녀의 방식에 스며들었다.
고객의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작은 반응에도 함께 웃었다.

자유의 그림자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민재는 프리카지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았다.

감정의 세계는 자유롭지만, 너무도 불안정했다.
감정이 흔들리면 실수도 많아졌고,
누군가는 감정 소모로 병가를 냈다.

회의 중, 한 딜러가 울음을 터뜨렸다.

“저 고객한테 진심이었는데, 그냥 가버렸어요.
그게 이렇게 허무할 줄 몰랐어요.”

유소현 팀장은 말없이 커피를 내렸다.

“이게 프리의 방식이에요.
진심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래도 멈출 순 없어요.”

민재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자유’라니.
그건 아름답지만 동시에 잔인한 문장이었다.

감정의 폭발

그날 저녁, 민재는 고객 응대 시연 무대에 섰다.
조명이 켜지고, 관객 역할의 심사위원이 앉았다.

시작은 완벽했다.
그러나 한 질문이 들어왔다.

“딜러님, 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죠?”

그 질문에 민재는 잠시 멈췄다.
정답을 말할 수도, 웃어넘길 수도 없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확률보다 중요한 건,
당신이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느냐 아닐까요?”

관객석이 조용해졌다.
누군가 미소 지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대답은 정답이 아니었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갈등

시연이 끝난 후, 지우가 다가왔다.

“오늘 대단했어요. 하지만 위험했어요.
이곳에선 진심이 칭찬받지 않아요. 감정은 연출이어야 하죠.”

민재는 잠시 웃었다.

“그럼 진심과 연출의 경계는 누가 정하죠?”
“여기선, 고객이요.”

그녀의 말은 맞았다.
프리의 자유는 고객의 감정에 종속된 자유였다.
그들의 진심은 늘 ‘반응’에 따라 평가됐다.

진심의 대가

며칠 뒤, 지우가 회사를 그만뒀다는 소식이 들렸다.
“감정 소진으로 인한 휴직.”
민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팀장 유소현이 말했다.

“진심이 꼭 통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걸 잃으면, 우리는 딜러가 아닌 기계가 되죠.”

민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은 약점이 아니라, 우리가 남아 있는 마지막 증거다.’
그는 그렇게 마음속에 새겼다.

🌙 에필로그

퇴근길, 민재는 프리카지노의 네온사인을 올려다봤다.
‘Feel the Game, Feel Yourself.’
이제야 그 문장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진심이 통하지 않아도, 난 계속 진심으로 하겠지.”

그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한 장엔 ‘더킹’, 한 장엔 ‘프리’.
그 두 장의 온도 차이가
그의 마음속에서 묘하게 따뜻하게 섞였다.